진료실에서 보호자님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는 단연 "강아지가 설사를 하는데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을 먹여도 될까요?"입니다. 시중에는 수많은 '장 건강 영양제'가 쏟아져 나오지만, 과연 모든 상황에서 효과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황과 균주에 따라 다르다"가 정답입니다. WSAVA(세계소동물수의사회) 산하 ENOVAT 가이드라인은 급성 설사에서의 프로바이오틱스 사용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무분별한 "카더라" 통신 대신, 최신 수의학 가이드라인과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프로바이오틱스와 처방식 사료를 언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명쾌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목차

1. 프로바이오틱스: "모두 똑같지 않다"가 핵심
"유산균 100억 마리!" 광고 문구만 보고 제품을 고르셨나요? WSAVA 2018 강연 요지에 따르면, 임상에서 고려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제품별 품질, 균주(Strain), 근거 수준이 천차만별입니다.

사람용 유산균을 먹여도 되냐는 질문도 많지만, 강아지의 장내 환경(pH, 미생물 군집)은 사람과 다릅니다. 따라서 단순히 "유산균"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다음 3가지를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1. 균주명(Strain) 표기: 단순히 '락토바실러스'가 아니라 뒤에 붙는 고유번호까지 확인
2. 임상 근거: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효과가 입증되었는가
3. 제조 신뢰도: 보관 및 유통 과정에서 균이 살아있는가
2. 급성 설사에서의 근거: 가이드라인 vs 임상시험
"우리 아이가 갑자기 설사를 해요." 이럴 때 유산균을 먹이면 바로 멈출까요? 수의학계의 입장은 "근거의 균형이 팽팽하다"입니다.
(1) 가이드라인 관점 (WSAVA ENOVAT)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의 ENOVAT 가이드라인은 급성 설사 환자에게 프로바이오틱스 사용을 '권장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고 명시합니다. 이는 "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케이스에 일반적으로 적용하기엔 아직 근거가 섞여 있다는 뜻(중등도 확실성)입니다.
(2) 임상시험 관점 (특정 제형의 효과)
하지만 희망적인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19년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연구(RCT)에 따르면, 특정 "항설사 프로바이오틱 페이스트(Enterococcus faecium 4b1707 포함)"를 급성 비복잡성 설사 환자에게 급여했을 때, 위약을 먹인 그룹보다 설사 지속 시간이 단축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즉, "모든 유산균이 설사를 멈춘다"는 거짓이지만, "특정 균주와 제형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참입니다. 따라서 수의사와 상의하여 검증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처방식(장 건강 사료)은 언제 고려하나
약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매일 먹는 밥'입니다. 소화기 처방식(Gastrointestinal Diet)은 지방 함량을 낮추고 소화 흡수율을 극대화한 사료입니다. 보통 다음 상황에서 논리적으로 고려됩니다.
- 반복성: 설사가 멈췄다가 다시 재발하는 빈도가 잦을 때
- 일반식 실패: 닭가슴살 죽(담백식)으로는 괜찮다가, 원래 사료로 돌아가면 다시 묽은 변을 볼 때
- 수의사 판단: 췌장염, IBD(염증성 장질환) 등 소화 흡수 부담을 낮춰야 하는 기저 질환이 있을 때
4. "유산균보다 먼저" 체크해야 할 위험 신호
프로바이오틱스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 응급 치료제가 아닙니다. 코넬 수의과대학 진료 지침에 따라, 아래 증상이 있다면 유산균을 고민할 시간이 없습니다. 즉시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 혈변 또는 흑변: 장 출혈을 의미하는 붉은 피나 타르 같은 검은 변
- 지속적인 구토: 물조차 마시지 못하고 토해내어 탈수가 우려될 때
- 전신 증상: 아이가 축 늘어지거나(무기력), 식욕이 완전히 없을 때
- 호전 없음: 집에서 관리를 했는데도 48~72시간 내에 나아지지 않을 때
결론: 근거 있는 선택이 아이를 지킵니다
강아지 장 건강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좋다는 유산균 하나'를 먹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WSAVA 가이드라인이 말하듯,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①위험 신호를 먼저 거르고, ②검증된 균주를 선택하며, ③필요시 처방식으로 식단을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가벼운 설사라면 잠시 장을 쉬게 해주는 담백식(Bland Diet)이 유산균보다 더 효과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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