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혈변 증상, 병원 가기 전 이것만 준비하세요
"새벽 2시, 강아지가 갑자기 피가 섞인 설사를..."
놀란 마음에 아침이 되자마자 동물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병원에 도착하니 아이의 컨디션이 멀쩡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명하려고 해도 "약간 붉은색이었는데...", "점액질 같은 게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게 되죠.
코넬 수의과대학(Cornell University College of Veterinary Medicine)은 설사로 내원할 때 가장 좋은 것은 '대변 샘플'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안내합니다. 하지만 샘플을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잘 찍은 '대변 사진'이 진료의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오늘 글에서는 수의사가 보고 싶어 하는 '진료용 대변 사진' 찍는 법과 샘플 준비 요령을 정리해 드립니다.
목차

1. 왜 대변 사진이 진료에 중요할까요?
설사나 혈변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질 수 있는 증상"입니다. 병원 진료실에서는 아이가 긴장하여 배변하지 않거나, 정상변을 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때 보호자님의 스마트폰 속에 있는 사진은 '진료 보조 자료'로서 강력한 역할을 합니다. 수의사는 사진을 통해 다음 내용을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출혈의 위치: 선홍색인지 검은색인지에 따라 대장 출혈인지 위장 출혈인지 구분
- 기생충 여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충체 확인
- 이물 섭취: 장난감 조각, 비닐 등이 섞여 있는지 확인
진료의 정확도를 2배 높이는 기록입니다."

2. 사진 촬영 3원칙 (3원칙만 기억하세요)
급한 마음에 흔들리거나 어둡게 찍은 사진은 오히려 진료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딱 3가지만 기억하세요.
① 자연광(또는 밝은 조명) + 선명도
어두운 화장실 조명이나 노란색 무드등 아래에서는 대변 색깔이 왜곡됩니다. 특히 혈변의 미세한 붉은 기운이나 황달 기운을 놓칠 수 있습니다. 가능한 창가 자연광 아래나 형광등 바로 아래에서 플래시를 끄고 촬영하세요. 플래시는 난반사를 일으켜 점액질의 질감을 가릴 수 있습니다.
② 크기 비교물(동전 등)을 함께 넣기
"설사를 많이 했어요"라는 말은 주관적입니다. 500원짜리 동전이나 신용카드, 혹은 볼펜을 대변 옆에 두고 찍어주세요. 비교물이 있어야 수의사가 배설물의 실제 양과 크기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③ "한 장"이 아니라 2–3장
달랑 한 장만 찍기보다는 거리감과 각도를 달리하여 2~3장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체적인 양을 보는 컷과 디테일을 보는 컷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3. 꼭 찍어야 할 3가지 컷 (A/B/C 컷)
A컷: 전체샷 (양, 형태 확인용)
조금 떨어져서 배변 패드나 바닥 전체가 보이게 찍습니다. 변이 물처럼 퍼져 있는지(수양성 설사), 죽 같은 형태인지, 그리고 주변에 튄 자국이 있는지 등 전체적인 양상을 보여주는 컷입니다.
B컷: 근접샷 (내용물 확인용)
가까이 다가가서 초점을 맞춥니다. 여기에 선홍색 피가 섞여 있는지, 끈적한 점액질이 덮여 있는지, 하얀 쌀알 같은 기생충이나 이물질이 보이는지 확인하는 용도입니다.
C컷: 시간 표시 (이력 관리용)
연속적인 설사라면 "몇 번째 설사인지"가 중요합니다. 사진 편집 기능을 이용해 사진 위에 '오전 9시 (1차)', '오후 1시 (2차)'라고 적어두거나, 파일명을 수정해 두면 문진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4. 대변 샘플 준비 방법 (최상의 진료를 위해)
사진도 훌륭하지만, 가장 정확한 것은 역시 '실물 샘플'입니다. 코넬 수의과대학 진단 가이드에 따르면 분변 검사(기생충, 세균 등)를 위해서는 신선도가 생명입니다.
채취 및 보관 가이드
- 골든타임: 가급적 24시간 이내, 가장 최근에 본 대변을 준비하세요. 너무 오래되면 원충이나 기생충 알의 형태가 변형되어 검출이 어렵습니다.
- 양: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약 5~10g)면 충분합니다.
- 용기: 깨끗한 비닐봉투나 밀폐 용기에 담아 마르지 않게 밀봉합니다.
- 보관: 바로 병원에 가지 못한다면, 실온보다는 냉장 보관이 권장됩니다. (단, 냉동은 절대 금물입니다.)

5. 이런 증상은 즉시 병원으로!
단순한 과식이 아닌, 응급 상황일 수 있는 신호들입니다. 아래 증상이 보이면 사진 촬영 후 지체 없이 24시 병원이라도 내원하세요.
🚨 응급 체크리스트
- 혈변의 양이 종이컵 반 컵 이상으로 많거나 지속될 때
- 자장면 색깔처럼 검고 끈적이는 변(멜레나, 흑변) - 위장 출혈 가능성
- 구토와 설사가 동시에 진행될 때
- 축 늘어지거나(기력 저하), 잇몸이 창백할 때
- 24시간 이상 물설사가 멈추지 않을 때 (탈수 위험)
6.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대변 사진만으로 병명을 진단받을 수 있나요?
아니요, 불가능합니다. 사진은 문진을 돕는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정확한 원인(파보 바이러스, 기생충, 췌장염 등)을 알기 위해서는 분변 키트 검사, 혈액 검사, 초음파 등이 필요합니다.
Q2. 산책하다 흙이나 풀이 묻은 샘플도 괜찮나요?
가능하면 오염되지 않은 부분이 좋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흙이 묻지 않은 윗부분 위주로 채취해 주세요.
Q3. 건강할 때의 대변 사진도 찍어둬야 하나요?
네, 아주 좋은 습관입니다. 평소 우리 강아지의 '정상 변' 상태를 알아야 이상이 생겼을 때 비교가 가능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기록해 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요약 및 결론
갑작스러운 설사나 혈변, 당황하지 말고 스마트폰을 드세요. 오늘 배운 내용을 3줄로 요약합니다.
- 조명과 비교물: 밝은 곳에서 동전과 함께 찍으세요.
- 다양한 각도: 전체 샷과 근접 샷을 모두 남기세요.
- 샘플 확보: 가능하다면 24시간 이내의 샘플을 밀봉해 가져가세요.
지금 바로 스마트폰 앨범에 '반려견 건강 메모' 폴더를 만들어보세요.
작은 기록이 우리 아이의 골든타임을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