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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돈의 미래를 다시 쓰다(비트코인부터 스테이블코인까지)

by dimecomm 2025.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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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위기에서 탄생한 비트코인부터 달러의 새로운 무기, 스테이블코인까지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 속에서 태어난 비트코인. 그 혁명적 아이디어는 어떻게 오늘날 미국의 경제 전략을 강화하는 무기가 되었을까요? 한 통의 이메일로 시작된 금융 혁명의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가상화폐, 돈의 미래를 다시 쓰다
KBS 다큐멘터리 <창> 리뷰 - 가상화폐, 돈의 미래를 다시 쓰다(비트코인부터 스테이블코인까지)

금융 위기의 잿더미에서 날아온 혁명의 신호탄

2008년, 전 세계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의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월스트리트의 거대 투자 은행들이 발행한 부실 파생 상품들이 세계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었습니다. 결국 상징적인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며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 났습니다.

바로 그 혼란의 시기,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고 한 달 반이 지난 10월 31일. 암호학자들의 이메일 함에 의문의 메일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발신자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었습니다. 메일에는 9페이지짜리 짧은 논문 한 편이 첨부되어 있었고, 그 제목은 바로 "비트코인: 개인 간 전자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었습니다.

"without going through a financial institution (금융 기관을 거치지 않고)"

이 논문이 제시한 목표는 단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곧 '은행 없는 개인 간의 금융 거래'를 의미했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국가나 거대 은행 같은 중앙 기관의 통제 없이, 오직 암호화 기술과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신뢰만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제안한 것입니다.

이처럼 은행을 대체하겠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과연 어떤 기술로 구현될 수 있었을까요? 그 핵심 원리를 다음 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블록체인: 은행 없이도 신뢰를 만드는 마법의 기술

비트코인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든 핵심 기술은 바로 '블록체인(Blockchain)'입니다. 블록체인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계약서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두 사람이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효력을 보증받으려면 법원이나 금융 기관 같은 '공증인(중앙 기관)'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 공증인이 "이 계약서는 진짜입니다"라고 도장을 찍어주어야만 신뢰가 생깁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신뢰를 만듭니다. 중앙의 공증인 한 명 대신, 거래에 참여한 10명이 모두 증인이 되는 방식입니다. 거래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10명이 똑같이 복사해서 나눠 가진 뒤, 서로 "너도 봤지?", "너도 확인했지?"라고 교차 검증하며 "우리 모두가 보증하니 이 계약서는 진짜다"라고 합의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거래 기록(원장)을 여러 참여자에게 '분산'하여 함께 관리하기 때문에 '분산 원장 기술'이라고도 불립니다.

특징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 (은행) 탈중앙화된 시스템 (블록체인)
거래 기록의 보관 주체 은행과 같은 중앙 기관이 독점적으로 보관 및 관리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사용자가 공동으로 보관 및 관리
위변조 가능성 내부자나 외부 해커에 의한 위변조 위험 존재 사실상 불가능 (과반수 이상의 기록을 동시에 조작해야 함)
신뢰 보증 방식 국가나 특정 기관의 공신력을 통해 신뢰 보증 수학적 알고리즘과 참여자들의 집단적 합의로 신뢰 보증
이처럼 강력한 신뢰 시스템을 갖춘 최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그러나, 화폐로 사용되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트코인의 아킬레스건, 극심한 가격 변동성

비트코인은 중앙 기관 없이 신뢰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화폐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를 놓쳤습니다. 바로 '가치의 안정성'입니다. 비트코인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엄청난 가격 변동성'입니다.

그 원인은 간단합니다. 비트코인은 달러나 금처럼 그 가치를 보증해 주는 내재적 가치가 없이, 오직 시장 참여자들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은 탄생 이후 수천 배 이상 가격이 치솟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고, 이는 다음과 같은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결제 수단으로서의 한계: 어제 1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살 수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자전거밖에 살 수 없다면 아무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불안정성: 자산 가치가 하루아침에 반 토막 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안정적인 자산으로 보유하기 어렵습니다.
투기적 자산으로의 변질: '미래의 화폐'라는 본래의 기능보다, 위험성이 높은 단기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투기적 성격이 강해졌습니다.

비트코인의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은 또 한 번의 진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형태의 가상화폐를 탄생시켰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탄생: 안정성을 입은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의 불안정한 가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구원투수가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입니다. 이름 그대로 '안정적인(Stable)' 가치를 지니도록 설계된 가상화폐입니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치를 무엇에 고정시키느냐에 있습니다.

구분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
가치 안정성 매우 불안정 (변동성 큼) 매우 안정적 (가치 고정)
가치 연동 대상 없음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 달러, 금 등 특정 실물 자산
주요 역할 가치 저장, 투기적 투자 안정적인 결제, 가치 교환의 매개체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9%는 미국 달러 가치에 연동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테더(USDT)서클(USDC)이 있습니다. 이들의 가치 유지 원리는 매우 직관적입니다.

발행사가 1 USDT나 1 USDC를 발행할 때마다, 사용자로부터 1달러를 받아 은행에 그대로 예치합니다. 이를 통해 언제든지 사용자가 1코인을 가져오면 1달러로 바꿔줄 수 있다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기술적 보완재로 여겨졌던 스테이블코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바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와 맞물리면서부터입니다.

 

 

미국의 숨겨진 전략: 달러 패권의 새로운 무기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던 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유세 과정 내내 "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던 그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 뒤에는 구체적인 경제적 동기가 있었습니다. 트럼프의 두 아들은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라는 가상자산 플랫폼을 설립했고, 트럼프 자신도 이 회사를 통해 'USD1'이라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며 1년도 안 돼 개인 자산을 4조 원 이상 불렸습니다.

이러한 친(親)암호화폐 흐름 속에서 미국 의회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공식 편입시키는 중요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른바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라고 불리는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발행 주체 확대: 기존의 은행뿐만 아니라, 테크 기업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2. 준비 자산 규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반드시 발행한 코인의 총량과 동일한 가치의 달러나 3개월 미만의 단기 미국 국채를 담보 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현재 미국은 심각한 부채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가 부채는 무려 37조 달러(약 5경 원)에 달하며, 매년 갚아야 하는 이자만 1,200조 원에 이릅니다. 이는 미국 전체 국방 예산을 넘어선 막대한 금액입니다.

역사적으로 지난 500년간 패권 국가들은 국가 부채 이자 지급액이 국방비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역사적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전략적 카드가 절실했고, 그 해답을 스테이블코인에서 찾은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미국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합니다:

1단계: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나 기업들이 가치 안정성이 높은 달러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을 구매합니다.

2단계: 법안 규정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준비금 확보를 위해 받은 달러로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야 합니다.

3단계: 결과적으로, 전 세계의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국 국채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게 됩니다.

"제가 USDT를 사면 저도 간접적으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셈이 되는 거예요."

다시 말해, 전 세계 사람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수록 미국의 빚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구조인 셈입니다. 반대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 입장에서는 자국에 머물러야 할 자본이 미국으로 유출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미국의 배센트(Becent) 재무장관은 "향후 2~3년 내에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가 1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성장이 단순히 가상화폐 시장 안에서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디지털 달러를 '실물 경제 결제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 해외 송금, 기업 간 거래 등 일상적인 경제 활동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결론: 혁명에서 패권 강화의 도구로

2008년 금융 위기의 잿더미 속에서 탄생한 비트코인은 "금융 기관을 거치지 않는" 혁명적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혁신적 기술을 통해 중앙 기관 없이도 신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지만, 극심한 가격 변동성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같은 안정적 자산에 가치를 연동시켜 화폐로서의 실용성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항으로 시작된 이 기술은 현재 미국의 달러 패권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적 무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통해 전 세계 자금이 자연스럽게 미국 국채로 유입되도록 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37조 달러라는 막대한 국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디지털 시대의 금융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돈의 미래를 다시 쓰기 위해 시작된 혁명은 이제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거대한 전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향후 2-3년간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10배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디지털 화폐가 실물 경제로까지 확산된다면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술 혁신이 기존 패권 구조를 강화하는 도구로 변모하는 현상을, 우리는 지금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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